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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역사 이야기

환경스님은 누구인가?

by 구름달가드시 2022. 9. 30.

임환경(林幻鏡 1887~1983)스님의 초명은 재수(在修), 호는 환경당(幻鏡堂)이다.

1887년 경남 합천군 가야면 마장동에서 출생하여 8세에 李東光()으로부터 四書를 사사(師事)받고, 13세 되던 해 입산하여 가야산 백련암에서 연응(蓮應)스님을 스승으로 佛家에 몸을 담았는데, 16세 전후에 이미 신동(神童)으로 신필(神筆)로 명성이 자자하였다.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친일승을 앞세운 일제의 침탈에 맞선 해인사 수호와 독립운동에 앞장 섰고, 해방직후 서울 중앙포교사 재임시절엔 김법린 총무원장과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 총무부장과 함께 많은 신도와 불자에게 불교문학사상을 일깨워 전수하기 위해 불교대학인 동국대학을 구성하였고, 해인사를 최초로 총림(叢林)으로 구성하여 “해인총림(海印叢林)” 현판글씨는 유당 정현복(惟堂 鄭鉉福(당시 국전심사위원장))에게 쓰게 하였다.

 

1946년 효봉 스님이 방장으로 있던 해인사에 주지로 취임한 이후 일제가 파괴한 사명대사비를 새로 건립하는 등 호국불교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1949년 효당 최범술에게 주지직을 인계하고 영자전에 머물며 순회포교 활동을 한다.

종단정화(비구.대처 분쟁)로 해인사를 떠난 후에도 서법수도(書法修道)에 정진하면서 필봉의 설법을 계속한다.

 

석제 서병오( 徐丙五)선생은 환경스님의 글씨를 보면 백엽(百葉) 연꽃이 피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밝게 하고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고 극찬 하였다. 힘찬 필세(筆勢)로 독특한 세계를 보이는 심상안현(心爽眼炫)한 서풍(書風)은 연화(蓮花)가 피는 듯한 신필(神筆)의 글씨, 왕의지(王義之)에 추사(秋史)를 겸한 서체로 일가(一家)를 이루어 후일 서예사에 길이 남을 당대의 명필이었다.글씨란 출처(系譜)가 있어야 한다며 오세창 선생도 감탄하였다고 한다.

 

그가 남긴 수 많은 필적(筆跡)등이 해인사 홍류동 계곡과 해인사 경학원(經學院), 약수암(藥水庵), 삼선암(三仙庵), 금선암(金仙庵), 청도 용천사 범종각, 대구 대덕암, 대덕사, 영천 만불사 등의 사찰에 편액과 주련(柱聯)으로 남아 있고, 평소 대중이 원하기만 하면 아낌없이 써주었기에 그의 선필(禪筆)들을 소장하고 있는 분들도 무척 많으리라 생각된다.

어려서 부터 명성을 얻은 신필(神筆)이었지만 90수가 넘어서 보니 그 이전에 쓴 글씨가 부끄러웠다고 하니, 그의 서법세계(書法世界)가 얼마나 깊은지 가늠하기 어렵다.

 

백용성, 한용운, 박한영,권상로,오세창 등 많은 명사와 지사의 교류가 있었으며 많은 제자를 두었다. 한국 최초의 다도 개론서『韓國의 茶道』의 저자로서 한국다도(茶道) 근세사의 큰 인물인 효당 최범술 선생도 그의 제자였다.

 

한용운,임환경,최범술,송암만 등 당시 불교계를 이끌어 갔던 고승들은 현재 조계종 승려들의 스승이었고 항일 애국지사였고 불교 교육자였다. 종단정화(비구.대처 분쟁) 이후 대처승은 친일승이라는 등식으로 모조리 추방되고 승적에서 철저하게 파문되었지만, 한국불교 역사에 그들이 남긴 족적을 손바닥으로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현재 조계종단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가야면 매안리에 스님의 속가 가족들이 살고 있었고, 인근 월광사에 환경스님 영정이 모셔졌다고 한다. 환경스님이 95세에 쓰신 글 속에 이런 글귀가 있다 (伽川)

 

                                  毁吾吾何損   나를 훼손하려 한들 내 어찌 훼손됨이 있겠으며

                                  譽吾吾何益   나를 명예롭게 하려한들 내 어찌 더 함이 있으리오

                                  歸臥東山下   돌아가 동산 아래 누웠노라면

                                  明月滿空庭   밝은 달은 빈 뜰을 가득 채워 주노라 

환경대선사 회고록에 실린 환경스님의 친필작품 (95세작)

 

     ○참고자료 : 환경대선사 회고록(편집인 이봉호)

환경스님 필적

익산 법계사
익산 법계사 현판 (95세작)
해인사 약수암 현판
해인사 홍제암 주련
대구 대덕암 수덕전 현판 (86세작)
청도 용천사 범종각 현판 (97세작)
청도 용천사 범종각 주련 (97세작)

 

속리산 복천암 현판 (95세작)
속리산 복천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