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명차라도 좋은 물이 아니면 명차의 맛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려면 어떨까 싶지만 예로부터 선인들은 좋은 물을 찾아 다니며 경험적 기록을 남기기도 하였다. 전해오는 우리나라의 3대 명수는 충주 달천수,오대산 우통수,속리산의 삼타수(三陀水)라 하고, 속리산의 삼타수 중에는 복천암의 석간수(石間水)가 유명하다 한다.
속리산 등행길에 석간수에 대한 호기심으로 복천암에 잠시 들어 섰는데 처마 밑에 걸린 편액 2개가 눈에 들어왔다. "복천선원(福泉禪院)", "호서제일선원(湖西第一禪院)", 독특한 연화서풍(蓮花書風)의 필세(筆勢)는 어디에 걸려 있든 환경스님의 필적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육십간지 년력(年歷) 대신에 자신의 나이로 서작(書作)년도를 표하는 스님은 97수로 타계하였는데 복천암에 걸려 있는 편액에는 90수로 적혀 있었다.
일제 강점기 해인사 주지였던 효동 임환경(曉東 林幻鏡) 스님은 근세 한국다도(茶道)를 정립시킨 그의 제자 효당 최범술(曉堂 崔凡述)스님과 함께 오늘의 해인총림(海印叢林)의 기반을 구축한 분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인연으로 이곳 속리산 복천암에 환경스님의 유묵(遺墨)이 있게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고려에서 조선시대와 근세에 이르기 까지의 역사적 인물들과 인연을 품고있다는 이곳에서, 뜻밖에 만난 환경스님의 필적은 내 것만 내세우며 남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 편협한 종교계의 일각을 생각하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편액의 서체를 살펴보다 석간수는 잊어버린 하루였다. (伽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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