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8 아버지의 새끼줄 꼬기 그 옛날 노끈 대용으로 짚으로 새끼줄을 꼬아서 사용하던 시절. 저녁이면 동내 어른들이 사랑방에 모여 호롱불 아래 새끼줄을 꼬며 이 얘기 저 얘기로 늦은 밤을 마감하곤 하였다. 이렇게 만든 새끼줄은 산에서 나무를 묶을 때나, 농작물을 묶을 때나 , 농사용기를 만들 때, 그네 줄 등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 되는 요긴한 것이었다. 아기의 탄생을 알리는 산가(産家)의 금줄용 새끼줄은 왼편으로 꼬임을 주어 만들었다. 용도에 따라 굵기도 하고 가늘게도 만들었던 우리 어버이들의 생명 줄이었다. .(伽川) 2022. 10. 6. 가설극장 70년대 산골사회에도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면서 문화생활 코드가 하나 더 늘게 된다. 가설극장이다. 서너달에 한번 꼴로 오는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비포장 신작로에 트럭이 오가며 스피커로 가설극장이 왔슴을 알리면 지형상 양쪽에 산재한 산촌마을에 까지 홍보방송이 다 들리게 된다. 적절한지 모르지만 전부 "시네마스코프 영화"라고 했다. 가설극장이라는게 초등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나무기둥을 사각으로 땅에 박고 어른 키 보다 조금 긴 높이로 흰 광목천을 둘러 공간을 분리해 둔게 전부다. 어두워지면 입장료를 낸 사람만 안으로 들여 보낸다. 돈이 없는 아이들은 감시인의 눈을 피해 천막 밑을 헤집고 들어 가기도 하는데, 성공율은 낮은 편이다. 그래도 몰려든다. 밖에서 음향만 듣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 2022. 10. 6. 산골 "콩쿨대회"(노래자랑) 6.70년대 지게짐에 농사짓고 살던 산촌의 시골사회이지만 1년에 한두번 씩은 노래자랑 행사가 열렸다, "콩쿨대회"라고 불렀다. 어느 마을에서 동네 청년들이 대회 날자를 잡고 사람들을 보내 알리면 인근마을 남여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형태다. 구경거리가 귀한 산촌에 "콩쿨대회"는 2~3km씩 떨어져 형성된 인근 10여개 부락 마을의 공동축제가 된다. 낮엔 일을 해야하니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는 밤이 좋고 시계가 없으니 정해진 시간도 없다. 저녁을 먹고 밤길을 걸어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이면 시작한다. 전기가 없던 시절이니 휏불로 조명을 하고, 반주 없는 맨 목청으로 노래를 부른다. 그래도 있을 건 있다. 무대.사회자.심사위원.앵콜. 찬조금 명단은 새끼줄에 끼워 운동회 만국기 처럼 펄럭이게 한다. 입상자 상품은 .. 2022. 10. 6. 인연의 끈을 따라 가 본 다솔사(多率寺) 집안 차실 한 켠에 오래된 죽절 액자가 하나 걸려있다. 효동 임환경 스님의 붓글씨로, 선친이 필자의 결혼식 청첩장을 스님께 보내자 글씨 한점을 접어서 우편으로 보내 주신 것이다. "祝OOO氏OOO佳 偶緣成華燭之禮 百福俱集 九十六歲 曉東林幻鏡". 분명 한글로 된 청첩장을 보냈는데 필자와 아내의 한문명을 정확하게 표기한 내용의 글이어서 신기하게만 생각했었다. 당시 환경스님은 스님의 글을 받기 위해 외지서 온 객들이 줄을 서있느니 뮈니 하면서 고향에서도 '당대의 명필'로 회자되었던 분이다. 13세에 입산하여 16세 전후에 이미 신필(神筆)로 명성을 얻었다 하며, 종단정화(비구,대처분쟁)로 해인사를 나와 속가와 대구 등지로 은거하시면서 '필봉의 설법'을 계속하셨는데 한 번도 뵌 적은 없었다. 그러다 1982년 .. 2022. 10. 6.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