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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 여행

가설극장

by 구름달가드시 2022. 10. 6.

70년대 산골사회에도 전기가 제한적으로 공급되면서 문화생활 코드가 하나 더 늘게 된다. 가설극장이다.

서너달에 한번 꼴로 오는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비포장 신작로에 트럭이 오가며 스피커로 가설극장이 왔슴을 알리면 지형상 양쪽에 산재한 산촌마을에 까지 홍보방송이 다 들리게 된다. 적절한지 모르지만 전부 "시네마스코프 영화"라고 했다.

가설극장이라는게 초등학교 운동장 한 가운데 나무기둥을 사각으로 땅에 박고 어른 키 보다 조금 긴 높이로 흰 광목천을 둘러 공간을 분리해 둔게 전부다.

어두워지면 입장료를 낸 사람만 안으로 들여 보낸다. 돈이 없는 아이들은 감시인의 눈을 피해 천막 밑을 헤집고 들어 가기도 하는데, 성공율은 낮은 편이다. 그래도 몰려든다. 밖에서 음향만 듣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장하지 못한 아이가 영화 본 얘기를 더 재밋게 전해주기도 했다.

 

낡은 필름이라 광선비가 주룩주룩 오는 화면에다 상영도중 다반사로 필름이 끊기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료 내놔라"는 아우성이 빗발치지만 산골사회 관객들은 이런 것도 즐거워 했다. (伽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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